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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전드,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본격 멜로딕 스피드메틀 음반

[2009년 12월 17일, 대전 MBC 정오의 희망곡 '좋은 노래 있으면 소개시켜줘' 방송을 마치고 기념촬영]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본격 멜로딕 스피드메틀 음반.
Legend [The Lost World]


레전드는 2006년 11월 5일 기타를 맡고있는 강성만과 베이시스트 송민을 중심으로 결성된 멜로딕 스피드메틀 밴드로, 보컬리스트 이재훈이 가입하며 본격적인 밴드의 틀을 갖췄다. 중간에 드러머의 문제로 9개월 정도 활동의 공백이 있긴 했지만, 2007년 6월부터 현재까지 해 왔던 꾸준한 공연을 통해 어느 정도의 팬 베이스를 갖춰놓았으며, 2008년 12월에 기타리스트 이주형이 가입하며 트윈기타 체제의 현재 라인업을 구축했다. 이후 페루의 컴필앨범 [Caja De Metal Zine #2 & Volumen De Acero]에 참여하는 한편 국내 멜로딕메틀의 명가 에볼루션 뮤직과 계약을 마치고 틈틈이 준비해왔던 자신의 곡들을 모아 새로운 음반을 녹음하게 되는데, 이번에 발매되는 [The Lost World]가 바로 이렇듯 쉬지 않고 달려온 레전드의 첫 번째 공식 결과물이다.


멜로딕 스피드메틀은 헬로윈을 모체로 쉼 없는 수평적 세력 확장을 해 온 장르로, 특히 멜로디어스한 음악을 좋아하는 국내에도 많은 수용층을 거느린 음악이다. 그리고 헬로윈 이후 수많은 멜로딕 스피드메틀 밴드들의 명멸은 파워메틀 시절의 화려한 영광을 재현하면서 특유의 판타지적인 세계관과 함께 자칫 힘의 일변도로 진행될 시류의 흐름에 정서를 더해가며 자신의 세력을 확장해 왔다. 이는 레전드가 향후 끌어안아야 할 수용층은 이미 양질의 유로피언 멜로딕 스피드메틀 음악들에 끊임없이 노출되어 왔기 때문에 그 기대치가 높아질 대로 높아져 있는 이들이며, 그들의 경쟁상대는 데뷔와 함께 국내에서 활동하는 밴드가 아니라 이름만 들어도 머릿속에 그 음악들이 훤히 떠오를만한 해외 유수의 밴드로 낙점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렇듯 화려한 유로피언 멜로딕 스피드메틀 밴드들의 음악에 익숙해진 국내 팬들에게 던져놓은 -어쨌든-대한민국이라는 변방의 밴드 레전드의 데뷔앨범. 어쩌면 밴드 멤버들의 일정수준 이상의 기량과 음반 전체의 완성도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떡잎부터 고사되어버릴 소지마저도 내포한 출발점인 것이다.


하지만, 전술한 이 모든 우려들을 밴드 역시도 양지하고 있었던 듯싶다. 그래서인지 음반의 타이틀은 [The Lost World]다. ‘잃어버린 세계’는 말 그대로 지금은 잃어버린 본래 우리의 땅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현재 음악업계의 현실에 빗대어 메틀이라는 장르, 특히 레전드가 이제 첫 단추를 꿰고 있는 멜로딕 스피드메틀의 좁아진 입지를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가 잃어버린 한 음악의 위치를 되찾겠다는 확고한 의지의 표명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그 의지를 가시적인 결과물로 만들기 위해 소재에 있어서는 중세시대의 판타지적인 요소가 가미된 전쟁과 평화를 큰 틀로 잡고 그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각의 상황을 차용하는 한편, 사운드적으로 각자의 의견이 하나로 통합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단순한 모방과 답습에서 벗어나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적당한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안정적이고 창조적인 사운드는 바로 이렇듯 멤버 모두가 해 왔던 부단한 노력 때문이다.


청자들을 긴장 가운데 몰입시키는 장엄한 키보드와 코러스로 이루어진 인트로 ‘Before The War’에 클린톤의 기타 아르페지오로 연결되는 ‘Dawn Of Empire’로 본격적인 대한민국 멜로딕 스피드메틀의 역사는 시작된다. 이미 수없이 행해왔던 공연을 통해서도 오프닝을 맡았던 트랙으로, 앞서 이야기했던 안정적이라는 의미를 곰씹을 수 있는 넘버다. 투 베이스 드럼의 연타와 함께 질주하는 ‘Amnesia’는 멜로디와 스피드, 그리고 헤비메틀이라는 세 단어로 이루어진 멜로딕 스피드메틀이라는 장르의 이름에서 연상되는 ABC가 그대로 표현되는 베스트 트랙 중 하나이며, 위풍당당한 3연음의 진행을 가진 타이틀 트랙 ‘The Lost World'는 변화무쌍한 전체적인 곡 구성과 멤버 개개인의 안정적인 연주가 극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곡. 단아한 목관악기와 현악으로 이루어진 샘플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침잠하는 슬로우 넘버 ‘Harmony'는 분명 국내 성향의 소위 락발라드 넘버긴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비슷비슷한 진행의 정형화된 틀을 벗은 유럽지향의 전개가 독특하다.


폭풍 소리 효과음에 이어지는 키보드의 장중한 인트로, 이재훈의 폐부를 가르는 하이톤의 보컬이 초반부터 청자를 압도하는 ‘Death Knight’는 ‘The Last Moment’와 함께 중반 이후 펼쳐지는 현란한 속주기타의 향연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스피디한 트랙들. 공연장에서 관객들의 열띤 헤드뱅잉을 유도할 만한 열정으로 가득하다. 요정의 숲을 걷는 듯 앙증맞은 키보드 인트로에 이어 한글로 표현되는 멜로딕 스피드메틀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Dwarf's Travel’은 중세 세속의 무곡을 듣는 듯한 후주와 코러스가 흥미로우며, ‘Hero’와 ‘Faded Jewel’은 기존의 소재에서 벗어나 우리 주위에 있는 보통 사람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담은 곡이다. 보너스 트랙으로 ‘Death Knight’와 ‘Harmony’의 한글버전이 수록되었고, 히든트랙으로 담긴 연주곡에는 특별히 메써드(Method)의 브레인 김재하가 참여하여 음반의 전체적인 성격과는 다소 벗어난 퓨전적인 어프로치의 기타연주로 말 그대로의 ‘보너스’를 선사하고 있다.


얼마 전 몇몇 국내 메틀 밴드 멤버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국내 헤비메틀의 발전을 위해서는 패기 있고 젊은 밴드들의 출현이 필연적이란 이야기에 대해 공감대를 이뤘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이 앨범의 리뷰를 위해 음반을 받아들고 그 때의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레전드의 데뷔앨범은 그때 이야기한 젊은 밴드의 음악이 아니었다. 이는 밴드의 연령이 오래되었다거나 음악이 실망스럽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너무나 노련하고 숙성된 사운드를 담은 음반이라는 말이다. 음반을 접한 누구라도 데뷔앨범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시도의 나열 단계를 넘어서 앞서 이야기한 이들의 경쟁 상대들에 전혀 주눅 들지 않는 일정 수준 이상의 높은 완성도를 지닌 음반이라는 데에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불 가리지 않는 치기와 패기로 뭉친 신인 대신에 우린 또 하나의 뛰어난 밴드를 얻은 샘이다.


전설이 오랜 시간을 거쳐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듯, 밴드 레전드의 음악 역시도 그들을 먼저 접한 이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또 하나의 전설이 되리라는 점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글 송명하 (20091006)





bloodrock  2009/12/28
왼쪽에서 두번째 분의 포지션이 궁금합니다^^;
 
coner  2009/12/29
그분 포지션은 저도 궁금하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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